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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시장, 다시 봐야한다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09-03-02
- 조회 :3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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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메일 :kje@kje.or.kr
- 2006년 11월 1일 사무국 칼럼 -
허남정 한일경제협회 전무이사
무더웠던 지난 여름 국내 중소기업 경영자들과 함께 일본의 어느 공장을 견학한 일이 있었다. 내방객용 슬리퍼로 갈아 신고 연구실을 둘러보고 내려와 보니 아무렇게나 벗어두고 간 신발이 어느새 구두코가 바깥쪽을 향해 가지런히 정돈돼 있었다.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 위해 다시 회의실로 돌아갔더니 우리가 마시던 생수는 어느 새 치워지고 대신 그 자리에 새 생수병과 함께 얼음을 가득 채운 컵이 보기에도 시원하게 놓여 있었다. 공장 견학을 마치고 떠나올 때 그 회사의 임직원들은 무더위 속에서도 단정하게 서서 우리가 탄 버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미소 띤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중국시장 비해 상대적 소홀
고객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고객이 기뻐하는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는 일본인들은 제품을 만들 때 혼을 불어 넣는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이를 ‘모노쓰쿠리(좋은 물건 만들기) 정신’이라고 부른다. 이런 제조업 정신은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시장에서 미국 차를 몰아냈고 일본제 핵심부품이 없으면 미국의 우주 탐사선이 하늘을 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일본이 지난 90년대 장기 불황을 극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중국을 중심으로 저임금에 기초한 치열한 가격 경쟁 속에서도 ‘좋은 물건을 만들면 반드시 팔린다’는 일본인 특유의 모노쓰쿠리 정신으로 기술 개발에 전력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일본 제조기업들의 수익이 향상됐고 이는 설비투자 증가와 소득 순환의 개선으로 이어져 개인 소비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경기 확대가 현재까지 4년 7개월간 계속되고 있는데 앞으로 3개월만 더 이어지면 (2차 세계대전) 전후 첫 번째의 장기간 경기 확대기였던 지난 1965년 11월에서 1970년 7월까지 4년 9개월에 해당하는 ‘이자나기 경기’를 앞지르게 된다.
우리 재단의 일본연구센터는 이 모노쓰쿠리 정신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으며 향후 일본의 다양한 모노쓰쿠리 연구회와 교류하고 국내 산업계에 전파, 접목시키기 위한 각종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일본 제조업 성장의 비결인 모노쓰쿠리 정신을 본받고 체득하는 게 우리의 기술 경쟁력을 높여 대일무역 불균형을 개선시키는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대거 퇴직이 예상되는 700여만명의 일본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 퇴직 기술자들을 우리 제조업 현장에 고문형태로 연결하는 사업도 시작한다.
부자가 되려면 부자와 가깝게 지내라고 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일본이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한․일간 교역 규모는 724억 달러에 이르며 중국 다음 가는 큰 시장으로 연간 57조엔 규모의 세계 최대 수입시장이기도 하다.
日 무대진출은 곧 세계 진출
일본 시장은 물건을 팔 수 있는 시장일 뿐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원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물건도 팔고 기술도 배울 수 있는 이 좋은 시장이 가까이 있는데 왜 시장을 찾아 먼 곳으로 가는 것일까. 일본 유통구조와 소비구조의 특성상 시장 진출의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것은 세계의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것과 같다. 그동안 중국시장에 마음이 빼앗겨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일본시장을 다시 돌아보자. 노다지가 코 앞에 있다.